2013.03.29

Durham


전날인 28일 밤코치를 타고 런던을 경유해서 더럼으로 오기까지 몇 차례의 수난을 겪었다. 

먼저 뒤늦은 예약으로 적정가격의 기차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여행지를 수정했어야 했는데, 그 주에 감기가 걸려 골골대다가 이미 돈도 지불했고 부활절 기간을 침대에서 보낼 수는 없다고 굳게 마음먹으며 출발한 것이 문제였다.


예상 경로는 런던을 경유해 새벽 5시 쯤 요크에 도착한 다음, 시간을 떼우다 기차를 타고 더럼을 다녀온 뒤 B&B체크인을 하고 요크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착실하게 짜여진 계획과는 달리 런던을 떠나는 버스에서 약을 먹고 자기 시작해 요크를 지나쳐 미들즈버러까지 올라갔다.

(=한시간 넘게 더 갔다는 소리)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핸드폰으로 기차역을 검색해 더럼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길을 물어 물어 기차역으로 흐느적 흐느적 걷기 시작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실실 웃으며 해뜨는 길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해 더럼을 향하는 기차를 탔다.

14파운드 정도의 예상 외의 지출이 생겼다. 어쨌든 갈 수만 있으면 된거지 뭐 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리고 문제는 또 시작되었다. 

저장된 노래를 들으며 괜히 아련한 척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내릴 정류장을 하나 차이로 또 놓쳤다. 더럼 다음 역인 체스터-르-스트릿에서 내렸다.

역무원에게 가서 사정을 말하고 방법을 물어보니 기차는 한시간 뒤에나 있고, 언덕을 내려가 시내 버스를 타면 더럼으로 바로 간다고 한다.

다시 밍기적 밍기적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즐거운 산책이었다.


친절한 아저씨의 미소와 도움으로 더럼으로 가는 버스에 무사히 탑승했다. 체스터-르-스트리에서 더럼까지는 10분 내외로 3.1파운드 정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3개월 전이라 정확하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더럼

 ↓ ↓ ↓



버스 정류장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가면 멀리 더럼 성과 대성당이 보인다.



더럼Durham은 영국 북부에 있는 주이다. 고대 노르만의 요새 더럼 성과 중세시대의 건축물 더럼 대성당이 있으며, 더럼 대학교가 위치한 학문의 도시다. 잉글랜드 북부 변경에 위치해 북방에 대한 방위 요충지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대성당(호그와트)을 찾아 더럼까지 온 여행자라면 길은 찾기 쉽다. 그냥 저 성당을 따라 오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이 다리를 찾으면 맞게 온 것이다.






다리에서 성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서부터 날씨는 조금씩 궂어져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줄곧 남부에 있다가 새삼 북쪽으로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래서 서울을 싫어했는데. 어쨌건 그렇게 힘들게 왔으니 가기는 가야했다.

(게다가 미리 사둔 요크로 돌아가는 기차는 한참 뒤였다.)



이제부터 할 일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성당은 찾아가기도 쉬웠다.





두갈래 길을 만나도 무조건 올라가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이 얼마 없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기둥 뒤로 아저씨가 서있다.




보이기 시작하는 대성당



다 올라오면 이렇게 생겼다.

맞은편에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해리포터가 촬영된 곳. 딱 봐도 어딘지 호그와트 같았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저기 사진에 나온 한분과 나 밖에 없네, 이랬는데 부활절 기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성당의 내부를 볼 순 있지만 기념품 샵과 카페 등은 모두 문을 닫았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결국 나는 여기까지 와서 기념품 하나 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리포터 상품이 있을 것 같았는데. 함께 나이를 먹은 해리포터와 친구들..



더럼 대성당Durham Cathedral은 영국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앵글로 노르만 양식'의 전형이자 이 양식으로 지어진 가장 크고 훌륭한 건축물로 꼽힌다. 15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1986년 더럼 성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북문의 저 사자머리 모양 문고리는 속세와 그 위험에서 벗어난 안전한 피신처를 상징한다.



어쨌건 사실 내게 중요한 것은 해리포터였다. 애초에 이 곳에 방문하고자 한 이유도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보다는 해리포터에 초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포터의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던 왠지 함께 자라온 친구의 학교같은 느낌은 개뿔 그냥 촬영지라길래 영국에 온 김에 보고 싶었다. 




볕 좋은 날의 솔즈베리 성당의 복도를 보고서 감기걸린 날 눈발 날리는 더럼 성당의 복도를 봤을 때의 느낌은 춥고 추웠으며 추웠다.

게다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천장이 보수중인지 어쩐건지 평평하게 막혀있어서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당연한거였다. 위에 돔형태가 올라갈만한 공간이 없어! 그 복도는 코츠월드 어느 곳이었다.





어쨌거나 영국의 역사속에서 노르만의 권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곳임에는 틀림없었고, 그에 맞는 웅장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더불어 저 어디쯤에서 루퍼트 그린트가 마법을 맞고 달팽이를 쏟아내는 장면을 찍고 여기 어느쯤에선 알란 릭맨이 망토를 펄럭이면서 기분나쁜 표정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찍고 있었겠지.

엄청..빠순이...같지만.....아닌......그냥.....보았다...........영화..............설추석명절마다...............



오른쪽이 기념품 샵이고 왼쪽이 카페인 모양이다. 문은 닫혀 있었다.



들어가지 못한 기념품 샵




눈이 내리기 시작해 추워서 더는 못있겠다 싶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있으므로 사진기를 끄고 의자에 앉아 일정 체크를 하고 간단하게 감상문도 쓰고 길을 다시 나섰다.




성당 맞은편에는 이렇게 현재 더럼 대학교의 건물로 쓰여지고 있는 더럼 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금씩 내리는 눈발을 맞으면서 내려가니 점점 사람들이 늘어난다. 좁은 상점가를 내려가다 아침을 안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샌드위치 샵을 들어갔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 2층에 자리잡고 핸드폰을 충전시키며 다시 달력을 펴고 여름 여행을 짜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눈이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참 어떻게 될 뻔한 적도 많은데 잘 헤쳐나가고 있구나, 하고 이제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 시작한다.




아까 만났던 다리 밑의 산책로로 내려가는 길.

눈도 그쳤고 시간도 남았고 산책이나 할까 하며 내려가본다.






산책을 하고 돌아가려는데 날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올라갈까 하고 잠시 망설이다 그냥 쉬는 게 낫겠다 싶어 기차역으로 향했다.



다음에 오면 저 곳에서 점심을 먹겠다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더럼의 버스 정류장은 시내와 인접해있고(시내에 있다고 보면 된다.) 역은 조금 걸어가야 한다.

역에서 나오는 건 잘 모르겠으나 찾아가는 방법이 조금 까다로울 수 있으니 잘 물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쨌건 부활절 연휴의 첫날 아침을 이렇게 보냈다.

대학가 답게,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오래된 곳으로 런던, 요크, 바스 등 지금까지 가본 곳과는 색다른 분위기였다. 굳이 말하자면 옥스포드 쯤과 비슷한 도시라고 보면 되지만 그에 비하면 더럼 자체가 아주 작고 아담하여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대성당과 성(대학교 기숙사로 쓰이고 있어 투어를 받아야만 갈 수 있다고 한다.)밖에 없으므로 하루 일정을 잡을만한 곳은 아니었다. 뉴캐슬 쪽에서 요크를 갈 때나 그 반대로 경로를 잡고 원데이 리턴 기차표를 사용할 경우 잠시 들러 볼 수 있을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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